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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미러일기

Green

by ♣◎∞◎♣ 2022. 3. 23.

Green

사장님의 옥상 정원이 바빠진 것을 보니 봄이 오는 모양이다. 사장님은 80세의 나이에도 매일 흙을 나르고 비료를 나른다. 어느새 꽃이 피는 화분도 보였다. 매일 쓸고 닦고 정성을 들이는 모습을 보면 존경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계획이 떠오르면 바로 움직이는 실행력부터 의미 없어 보이는 일이지만 자신의 마음의 움직임을 따라 일단 움직여 보는 용감함까지 신기하다.

처음에는 이상해 보였다. 이유도 모르겠는 일들의 연속으로 보이기도 했다. 정리한 선반을 몇 번이고 다시 정리하는 모습을 보면 특히 그랬다. 물건들의 자리는 하루가 멀다 하고 바뀌어서 재고를 파악하려면 사장님 뒤를 졸졸 따라다녀야 할 수준이었으니 산반 정리가 전혀 반갑지 않았다. 물건을 뒤집을 때마다 먼지가 날렸다. 물건에 발이라도 달린 듯 주말이 지나고 출근을 하면 물건들은 예쁘게 줄을 맞춰 있지만 내가 기억하고 있는 장소에 있는 것은 거의 없었다.

코로나 탓에 일이 많이 줄어든 지금은 오히려 좀 재미있게 느껴지게 되었으니 다행한 일이다. 가만히 자리 잡고 있을 때보다 먼지도 덜 앉았고 몇 번이고 확인을 하게 된 것도 좋다. 자꾸만 새 상품에 불량품이 섞이기 때문에 확인을 거듭하게 되는 것은 번거롭기는 하지만 그 바람에 오히려 불량품이 나가는 일은 별로 없으니 좋은 일이다. 움직이는 것도 습관이라 자꾸 움직이도록 만들어지는 상황은 반가운 일이다.

고정시킬 수 없는 일을 고정시키고 싶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에 무엇을 둘지 하나하나 다 정해 두고 규칙과 질서를 부여해야만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것이고 최상은 그 상태가 유지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너무 하나 한 의미를 부여하고 거기에 고정시키고 싶었던 것 같다. 그것이 생산성과 연결된다고 믿었으나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아무 상관없는 일이었다.

너무 의미에 연연하고 생산성에 연연하지 않으면 모든 일이 가볍게 할 일이 되는 것 같다. 왜 해야 하는 가에 대한 것을 너무 많이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냥 하면 된다는 말이 조금은 이해가 되는 요즘이다. 좋은 일도 싫은 일도 아닌 일에 개인적인 판단이 개입하여 짜증 나는 일로도 만들고 다행하고 좋은 일로도 만드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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